005 - 매미가 울음을 그치면 / 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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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울음을 그치면 - 봄툰

 

#BL #드라마 #단편선 #연하X연상_단편선 #짝사랑 #연하공 #존댓말공 #선생수 #선생공

소장 인증

 

친구가 니 백날 천날 19금 비엘 웹툰만 그렇게 보니까 전두엽 녹는거라고 해서. 제 전두엽의 생존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번 웹툰은 전연령 웹툰을 골라보았습니다.

 

만화를 보면 계절이 절로 생각나는 작품들이 있죠. 이 작품도 그런 류의 작품이었습니다. 웹툰을 본 것 뿐인데, 창을 열면 들리는 매미 소리, 교실에 앉아서 듣는 백색 소음, 복도에서 들리는 슬리퍼를 신은 사람이 지나갈 때 나는 발소리 같은 게 들리는 기분이더라고요. 학교와 여름이라는 키워드가 작품 전체에 잘 녹아 있는 만화였습니다.

만화는 계절감에 어울리게 여름 무렵에 읽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보니 리뷰는 겨울에 쓰고 있네요. 그래도 아마 웹툰을 보면 절로 여름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날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수, 차남우. 공, 이여름

 

차남우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용기를 내서 친구 한그루에게 고백을 했지만 차였다. 정확히는 차였다고 생각했다. 차남우의 고백을 듣고도 전화기 너머의 한그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마음을 접으려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삼십대가 넘어 동창회에서 한그루를 재회할 때까지도 제대로 접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그 마음을 접어야 한다. 한그루가 곧 결혼까지 한다고 하니까.

이제는 마음을 접겠노라 결심하며 술을 마시던 차남우. 어떤 남자가 그러지 말고 게이바에나 가보라며 그의 책에 게이바 명함을 꽂아 주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술에 잔뜩 취해서 짝사랑의 추억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아버린 낯선 남자가 가지고 있던 책과 제 책이 바뀌어 버렸다. 설마 그 책에 꽂힌 명함을 그 남자가 보면 어쩌지? 게이라는 걸 들키는 거 아니야? 라고 걱정하던 것도 잠시.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두 번 마주칠 것도 아닌 사람이니 잊으려 했다.

그 낯선 남자가 자신의 직장인 학교에 부임한 신임 교사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처음 1화를 열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뭔가 귀엽다? 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모서리가 둥근 칸을 보면서 약간 동화책같은 느낌도 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일 것 같다는 첫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선한 두 사람의 마음이 닿기까지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순수하고 귀여웠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푸는 장면만은 동화 같은 게 아니라 어른스럽다고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BL에서는 공이나 수가 비밀을 끝까지 숨기거나, 회피하는 식으로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게 만들어서 갈등을 만드는 구조의 이야기가 많이 보이는데. 이 웹툰은 공이 비밀을 털어놓고, 결국 수도 진실을 마주하는 과정을 이끌어내는 게 수인 차남우였습니다. "나는 지금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으니 솔직히 말해주었으면 한다. 나 같은 후회를 너도 겪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솔직하게 전하고, 그에 공도 회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화답하죠.

 

끝까지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는 훈훈 커플 ㅠㅠ 정말 으른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연상수와 서툴지만 귀여운 댕댕 연하공 조합을 말아주는 훈훈한 조합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